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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 ㉛ 호랑나비애벌레

입력 : 2017-04-07 17:32:00
수정 : 0000-00-00 00:00:00

 
㉛ 호랑나비애벌레
 

‘외모로 날 평가하지 마’  호랑나비애벌레



 

봄이다. 네발나비와 뿔나비, 흰나비는 벌써 날아다니기 시작했고 어제는 올 들어 처음으로 호랑나비가 나는 것을 봤다. 나비는 꽃을 찾아다니며 꿀을 찾는 고고하고 예쁜 곤충. 예쁜 날개로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존재가 나비이다. 신사임당의 초충도에도 나비는 단골손님이다. 19세기 남계우 화백은 ‘남나비’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나비를 즐겨 그렸고, 나비 연구에도 몰두한 과학자이다. 근대적 의미의 우리나라 최초의 곤충학자인 석주명님도 나비박사였다.

 

생존전략 1- 아름다운 날개

그런데 사람을 그토록 매혹시킨 나비는 아름다운 날개 때문에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일단 눈에 잘 띈다. 사람에게만 잘 보이는 것이 아니라 천적인 새들의 눈에도 잘 띈다. 게다가 위험한 대낮에 활동하고, 큰 날개로 인해 천적인 새들보다도 빨리 날지 못한다.

모든 생물 종들은 자신의 DNA를 남기는 것, 즉 종을 번식시키는 것이 태어난 목적이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생물들은 효과적인 종 번식을 위한 방식으로 진화해왔다. 나비들은 눈에 잘띄는 낮에, 천천히 날면서, 또 눈에 잘 띄는(보호색이 아닌) 예쁜 날개를 필요로 하는 위험한 방향으로 진화했다. 그 위험을 보완하기 위해 나비들은 독을 품고 있어나, 독을 품은 다른 종들과 비슷하게 닮았거나, 독을 가진 다른 종과 섞여서 행동하는 등의 생존전략을 갖고 있다.


▲ 민들레와 흰나비류

 

생존전략 2- 지독한 편식

다른 한편으로는 생존전략, 즉 살아남기 위해 정해진 먹이만을 먹는 ‘지독한 편식’을 택했다(나비만이 아니라 상당히 많은 곤충들이 정해진 먹이만을 먹는다). 일례로 배추흰나비, 노랑나비, 대만흰나비 등이 속해있는 흰나비 종류들의 애벌레들은 냉이, 배추, 무 등 십자화과 식물들만 먹는다. 우리가 냉이를 나물로 먹는 이른 봄에 흰나비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은 애벌레들의 먹이식물이 자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호랑나비류의 애벌레들은 대개 산초나무, 초피나무, 황벽나무, 귤나무 등이 속해 있는 운향과 식물만 먹는다. 산초나무(운향과 식물)에서 성장을 위한 영양분을 얻기도 하기만 제 몸을 보호하기 위한 독성분도 얻는다. 호랑나비의 애벌레는 3령까지 새똥 모양을 흉내낸다. 보호색을 띈 것이다. 또 천적의 위협을 받을 때는 머리에서 주황색 취각(냄새나는 뿔)이 나와 지독한 암모니아 냄새를 풍긴다. 예쁜 연두색으로 뱀을 닮은 머리를 한 4령 애벌레도 취각을 갖고 있다.

 

좌파 우파? 해충 익충?

요즘 한국사회는 ‘종북 좌파’와 ‘애국’ 둘 중의 하나로 구분지어서 한쪽은 일방적으로 배제당하고, 다른 한쪽은 절대적으로 지원받는 불행한 시대를 살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연에 대해서도 ‘좌파’와 ‘우파’ 둘 중 하나로 구분하는데 익숙하다. 그 대표적인 피해자들이 곤충들이다. 소위 해충과 익충을 구분해 해충은 어떻게든 죽여 없애려 하는 것도 빨갱이, 좌파, 종북 등으로 구분지어 탄압하고 배제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생명은 저마다 자연 속에 살고 있는 이유가 있다. 나비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예쁜 날개를 가진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일환이었다. 또 사람의 눈에는 식물을 갉아먹는 해충으로 보이지만, 식물들은 곤충을 필요로 해서 부르는 것이다. 이를 빗대 어떤 곤충학자는 ‘식물들은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하늘을 향해 생식기를 벌리고 있다’고 표현했다.


▲ 호랑나비애벌레와산초나무

 

모든 생명은 저마다 충실히 살아갈 뿐

사람이 해충이라고 부르며 싹 죽여 없애 버리려는 곤충들도 먹이를 먹고 자라고 자손을 번식시키는 데 충실할 뿐이다. 과도하게 숫자가 많아져서 해를 끼치는 것도 과도한 번식이 가능한 자연환경이 주어진 것이다. 반대로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 종들도 생존에 위협을 받을 만큼 서식환경이 악화된 것이다.

4월 풀꽃과 채소들 씨를 뿌리고 모종을 내는 계절이다. 나무를 심기도 좋다. 이번 봄에는 무엇이든 씨앗을 뿌려보자. 그리고 내가 심는 채소나 풀꽃을 좋아하는 이웃 생명들은 누구인지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내가 먹을 것이 줄어들고, 덜 예쁘더라도 이웃생명들과 나눠먹는다는 생각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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